20.07.27










귀퉁이를 만져보는 시간


1. 7월엔 크게 힘든 일이 없었는데도 오래된 책의 귀퉁이처럼 몸도 마음도 서서히 닳아가고 있단 걸 느꼈다. 뭐, 애매하게 구부러진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일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다보면.. 곤란해지는 날이 오겠지.

2. 전에는 내 우울과 불안을 드러내는 게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들쑥날쑥한 마음을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으니까. 요즘은.. 그렇게 드러내지말걸 그랬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두가 나부터 돌아보니까. 마치 모든 일이 나에게서 비롯됐다는듯이.

자연스럽게 어떤 일의 원인을 누군가의 정병에서 찾는 일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사건의 중심에 놓으면 그를 제외한 모든 것이 자연히 사건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떨어진다. 한 사람에게 핀 조명이 떨어지는 일.. 그건 집중이자 고립인 셈이다. 어둠 속에 있더라도 함께인 편이 낫지 않은가?

2. 이제 친구의 남자친구를 만나는 일은 정말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셈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전보다 조금은 약아졌고, 그러면서 융통성도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고지식하게 대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이 있다. 단단하면서 유연한 사람이 되는 일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