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엔 지인의 응급실행으로 병원 대기실 신세를 졌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처음엔 어리기도 했고,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려서 실려간 사람보다 먼저 죽을 기세로 울어댔고.. 두번째엔 그래도 경험이 있다고 생각보다 덜 초조했었다. 그 시도들이 애당초 성공을 염두에 두고 저지른 것들이 아니어서 더 침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피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 뿐이라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뭉개고만 있었다. 생각해보면 세 번 모두 알 수 없는 묘한 각성상태에 빠져 넋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보호자 자격으로 응급실에 간 적은 없었다. 매번 보호자의 보호자 역할이었다. 이번에도 당연히 그랬다. 그러니 초조하고 불안해도 티를 낼 순 없었다. 내게는 보호자를 보호해야하는 임무가 있었다. 이 상황에서 보호자의 마음에는 죄책감과 불안, 초조, 긴장 같은 것들이 썩은 뿌리처럼 어설프게 엉기게되는데 이 때 보호자의 보호자는 이 모든 마음을 헤아리되 말은 아껴야한다. 어떤 말을 하든 독이 되기 마련이므로..
사람 사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건지, 왜 사람들은 병들어 있는지, 왜 아무도 서로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하는지 대기실에 앉아 한참 생각했다. 언제나 그랬듯 답은 못 찾았다. 답을 찾자고 던진 질문들도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