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멍하니 누워 날짜를 거꾸로 세본다. 언제부터 잘못 되었지 생각해보면 그 때도 또 그 때도 다 잘못 같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나와 부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정상적인' 장녀의 모습을 내게 비춰보고 맞지 않는 부분은 억지로 도려낸다 그들은 부모와 멀어진 내게 묻고 말한다 너 대체 왜 그래 그래도 결혼 전엔 엄마랑 잘 풀어봐 살아계실 때 잘해야지 아직 곁에 있을 때가 행복인거야 우리 효도하자 부모님께 잘해드려 부모님은 다 너 잘되라고 그러신거야

비정상인 내가 정상인 그들에게 할 말은 없다. 나는 오래 전부터 바깥에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길 소망한 적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손짓한다 어서 오라고 넌 틀렸다고.

나는 외부인인채로 그들의 '정상적인' 행복을 희망하며 서성인다 마치 내가 부모를 죽이고서야 비로소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안고. 나는 영원한 타자다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잘못된. '정상적인' 다수에게서 행복을 승인받을 자격이 없는.

누구도 날 그 자리로 다시 데려갈 순 없다 이것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가졌던 나의 유일한 선택이므로.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영원히 내 시계는 그 자리에 멈춰있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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