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3.28





가벼운 짐들부터 옮겼다. 믹서기, 커피메이커 따위의 자리만 차지할 뿐인 가벼운 가전제품이나 책과 노트 몇 권, 옷 몇 벌.. 별 것도 아니면서 꼭 필요한 것들.. 나와 산 지 오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한 짐이었다. 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이렇게 많았던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이사를 하며 이런 생각을 하는건 가뜩이나 바쁜 몸을 더 지치게 하므로 금방 관뒀다. 이번주 토요일에 이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리곤 신촌 무인양품에서 2차 쇼핑도 해야지. 이로써 나는 9번째 이사를 하게 됐다. 몇 번이나 더 떠돌게 될까.

알제리의 유령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1부 읽었을 뿐인데 마음이 너무 안 좋다.

"인간이 되고 싶은 겁니까?"
아버지가 되물었다.
"비밀을 알려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무엇에 관한 비밀을 말이죠?"
"무엇이든."
"모순을 발견하십시오."
"그럴 테니 이름을 지어주세요."
"이름이 왜 필요하죠?"
"용기를 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