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

 





번아웃이 온 것 같다. 아니 번아웃이 왔다.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지는 8개월 정도 됐는데 (올해 봄 무렵부터 이랬으니까) 스스로 번아웃임을 인정해버리면 정말로 아무것도 못하게 될까봐 외면해 온 시간이 길었다.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됐다고 느낀 건 얼마 전 있었던 미팅에서였는데, 미팅 끝나자마자 '아 도저히 이 사람과 이 일을 할 순 없을 것 같다'라는 자각이 생기면서 급격히 피로해졌다. 일에 있어서는 줄곧 이런 생각들을 의식적으로 차단해왔고(기획자의 일이란 안될 일도 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진짜 빻은 한남 아니고는 안될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서) 실제로 그게 꽤 먹혔는데 이번엔 이게 즉각적으로 몸의 피로와 아픔으로 이어지니까 돌겠어서.. 번아웃 선언을 했다. 

선언 이후에도 (당연한 소리지만) 여전히 피로하고 고단하고 죽겠고 다 죽이고 싶고의 연속이지만 다행인 건 쉴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은 내게 맞는 '쉼'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어제 구글링으로 '진정한 휴식'에 대해 찾아봤는데 '진정한 휴식은 죽음뿐'이란 글부터 미술, 독서, 운동 같은 각종 활동들이 두서없이 서술되어있는 걸 봤다. 그걸 하는 것도 결국은 doing 아닌가 쉰다는건 그냥 being만으로도 충분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 또 필요할 것 같은데 뭐야 이거 결국 또 뭔가를 하겠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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