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드는 상념들이 나를 끌고 가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는 걸 알지만.. 자기연민과 불행은 너무나 달콤해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마다 나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본다. 실은 완전히 상관 있겠지만 나 스스로는 전혀 상관없다고 느끼는 것들. 이를테면 물리학 영상이라던가.. 우주.. 해양생태계.. 먼 나라에서만 자라는 풀.. 철새도래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들을 보다보면 내 불행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일종의 부산물들을 좋든 나쁘든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세계의 심오한 원리 속에서, 기껏해야 질소나 이산화탄소를 뿜어낼 뿐인 인간이 나빠져봤자 얼마나 나빠지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