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수요일









민혜님께 택배를 부치고, 집안일을 했다. 토마토를 갈아마시고 며칠 전 다 먹지 못하고 냉장고에 넣어둔 타코를 해치웠다. 고은님과 만나기 전 미리 보내주신 질문지에 대한 답을 정리했다. 쉽지 않은 질문들도 있었지만 고은님께서 잘 이끌어주신 덕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한 뒤 느릿느릿 답변할 수 있었다. 고은님의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고 약간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사진작가로 함께해주신 지원님께는 들불에서 사진 찍을 일이 생기면 꼭 찾겠노라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여쭤봤다. 고은님과 밥을 먹으면서는 다른 곳에서 이야기한 적 없던 고시촌에서의 관계들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했다. 고은님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결코 입 밖에 낼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일들을 너무나 쉽게,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하게끔 만드는 사람. 그 존재가 무척 귀하고 감사하다. 

6월 14일 화요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활동가 난다님과 미팅을 했다. 난다님은 유쾌하고 발랄한 에너지를 가진 분이었고 덕분에 미팅 내내 즐거웠다. 기획의 출발점이 됐던 정치 프로그램을 난다님께 소개하면서 오랜만에 사과집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여러모로 바쁘신 것 같아 우선 제안을 보류했다. 나중에라도 기회를 봐서 찔러봐야겠다. 정치프로그램을 통해서 배운 것이 많다. 그 때 얻은 여러 자원과 감각들을 활용해서 이번 청소년-시민되기 프로그램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6월 13일 월요일





수원 본가에 다녀왔다. 다행히 이번에는 엄마가 살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부었다는 걸 이제 좀 이해하게 되신건지, 내가 없는 동안 동생이 내 말을 전한건지 모르겠지만 이유야 어쨌든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본가가 있는 동네도 많은 것이 변했다. 원목으로 된 원테이블이 있는 멋진 카페에 동생과 다녀왔고, 본가의 책장에서 필요한 책 몇 권을 챙겨 서울로 향했다. 이번 수원행에서는 엄마와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얼마나 갈 지 모르지만.. 나도 가족과 희노애락을 공유하고 부대끼며 살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엄마와의 시간을 이야기하며 그 때 참 즐거웠노라고 말하고 싶다고, 문득 내가 고아처럼 느껴지는 순간일 때면 느끼는 지독한 외로움을 이제는 떨쳐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6월 12일 일요일






지효님과 <힘이나세미나>를 위한 미팅을 진행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최근의 문제의식들을 공유했고 동질감을 느꼈다. 내가 생산한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선 유명세를 이용해야하는데, 그러한 유명세를 획득하는 일 자체가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과 대치된다는 점에서 이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대중을 위한 글, 대중을 위한 이미지는 무엇일까도 고민하게 됐다. 

6월 11일 토요일



















해인님과 미사역에서 만나 포케와 논알콜맥주를 먹고, 가구가 근사한 카페에 가서 브루잉 커피를 마셨다. 손글씨가 빼곡한 테이스팅 노트를 받았는데 그 정성이 각별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해인님께서 퇴사 및 퇴원 기념으로 꽃다발을 주셨는데 순간 울컥했지만 울면 해인님께서 놀릴 것 같아서 참았다. 이 날은 각자의 대표영역없음에 대해, 알라딘 보관함에 대해, 레터를 쓰는 마음에 대해 (또) 이야기를 나눴다. 해인님에게서 기쁜 소식 몇 개를 들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전에 미사역 근처에 왔을 땐 아파트도 상가도 텅텅 비어있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빼곡히 무언가가 생겨난 걸 보면 요즘은 무엇이든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생겨나고 또 빠르게 없어지고 어느 곳에도 정 붙이기 어려운 세상인 것 같다고, 그렇다면 결국 내가 정 붙일 수 있는 대상은 사람 뿐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해인님과의 만남 끝자락엔 언제나 사람에 대해 끈질기고 살가운 마음을 갖게 되는데, 아무래도 내가 해인님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6월 10일 금요일











큰 침대를 팔고, 작은 침대를 들였다. 책장을 옮겨야해서 비웠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 보는 책들이 있었고 머쓱한 마음으로 꼭 읽겠다 다짐하며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새로 장만한 테이블이 아직 도착 전이라 바닥에서 대충 밥을 떼우고 산책을 했다. 발그레 핀 꽃을 보며 계절마다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들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밤에는 풍수지리영상을 보며 새 침대의 위치를 고민했고 그동안 운수를 가로막는 가구배치를 해왔음에 오히려 좀 안도했다. 이제는 잘 풀릴 일만 남은 것 같아서. 

6월 9일 목요일

















마이너필링스 북토크를 신청했고, 동생과 송리단길 라라브레드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2차로 웰하우스에 가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잠실 롯데타워에서 아이쇼핑을 했다. 발바닥이 뜨끈뜨끈해질 정도로 돌아다녔고 기분이 좋았다. 엄마가 내게 다이어트를 종용하는 일에 대해 동생에게 털어놓았고, 동생은 엄마에게도 (엄마가 내게 하는 것처럼) 똑같이 모욕적인 말로 대꾸하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그냥 엄마를 자주 보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6월 8일 수요일









백수가 세상에서 젤 바쁘다.. 어찌된 게 해야할 일이 끊이질 않네. 이 날은 수술 후 첫 외래였다. 1시간 30분 대기했다 들어갔고, 15분 안되게 진료를 봤다. 잘 아물고 있다고 하셨는데, 고개를 위로 들고 침을 삼키는 게 안돼서 목 운동을 자주 해야겠다고 하셨다. 별도로 약을 처방받진 않았고, 3개월 후에 피 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하셨다. 피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때부턴 호르몬제를 복용해야한다.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여쭤봤는데 딱히 방법이 있진 않은 모양이다. 산정특례 덕분에 이 날 진료비는 1,200원이 나왔다. 보험서류를 챙기고 보험사에 서류를 제출했다. 동네에서 가족과 저녁을 먹고, 아이들 영양제 주문한 걸 뜯어봤다. 글루칸 60일분을 주문했는데 가루형태라 습식에 뿌려줬지만 튼튼이가 먹지 않았다. 이 다음엔 건사료에 뿌려서 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6월 7일 화요일



누룽지오트밀+귀리 우유 최고의 조합.. 물에 젖은 휴지맛 아니고 그냥 맛있음





수원세무서 갔다가 빡치는 일 있어서 마라탕 먹었다. 근데 마라탕 먹으면서 오수재 보는 바람에 더 빡쳤다^^ 내용이 왜 이래요 정말







지나영 선생님 강의 영상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효진, 주온님을 만나 BIYN 회원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실 메일로 사전에 질문을 받아 본 이후에 답변을 깊이 생각해보지 못하고 가서 답변하면서 좀 헤맸다. 그래도 다른 말 없이 고개 끄덕여주시고 경청해주셔서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표면상 기본소득에 관한 것이었지만, 내 모호한 정체성과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머무는 듯한 '나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의 원인을 생각해보고 이러한 불안을 기본소득이나 공동체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보는 자리에 가까웠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민원을 자주 넣는다는 사실과 올림픽공원 가까이에 살면서 삶의 질이 향상되었음을 깊이 체감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모호함에 대한 불안 역시 내가 사는 동네나 마을공동체에 기대어 해소하거나 즐길 수 있음을 아주 희미하게 인지했다. 앞으로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어떤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서 기뻤다.

효진, 주온님처럼 모호함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해하고 그 과정을 기꺼이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과정 중에 있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고, 이리저리 헤매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6월 6일 월요일



어나더베이글이라고 두부, 두유랑 사과를 가지고 만든 베이글을 파는 곳. 집 근처에 이런 곳 있어서 너무 행복해 🤤





올림픽공원 가는 날은 후키에서 프루티봉봉을! 













오늘 날이 좋아서 많이 걸었다. 걷는 동안 좋은 아이디어들이 따라왔다. 상담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고, 활동가 님께도 메시지를 남겼다. 김지연의 <마음에 없는 소리>를 읽고 조금 울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업무 시작이다. 기대되는 만남도 여럿 예정되어 있어서 설렌다. 뭐든 욕심내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차근차근 하기로!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