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토요일



















해인님과 미사역에서 만나 포케와 논알콜맥주를 먹고, 가구가 근사한 카페에 가서 브루잉 커피를 마셨다. 손글씨가 빼곡한 테이스팅 노트를 받았는데 그 정성이 각별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해인님께서 퇴사 및 퇴원 기념으로 꽃다발을 주셨는데 순간 울컥했지만 울면 해인님께서 놀릴 것 같아서 참았다. 이 날은 각자의 대표영역없음에 대해, 알라딘 보관함에 대해, 레터를 쓰는 마음에 대해 (또) 이야기를 나눴다. 해인님에게서 기쁜 소식 몇 개를 들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전에 미사역 근처에 왔을 땐 아파트도 상가도 텅텅 비어있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빼곡히 무언가가 생겨난 걸 보면 요즘은 무엇이든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생겨나고 또 빠르게 없어지고 어느 곳에도 정 붙이기 어려운 세상인 것 같다고, 그렇다면 결국 내가 정 붙일 수 있는 대상은 사람 뿐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해인님과의 만남 끝자락엔 언제나 사람에 대해 끈질기고 살가운 마음을 갖게 되는데, 아무래도 내가 해인님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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