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금요일





암 진단 후 돌봄에 대해 전보다 더 깊이 고민해보게 됐다. 암은 진단 - 치료 및 수술 - 수술 후 처치와 이후 건강관리까지 점을 이루는 무수히 많은 절차들이 모여 선이 된, 비교적 단조로운(그러나 심란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면의 형태를 띤 거대한 사건이자 복잡한 현상이다. 

암이라는 이름이 기입된 면에는 명확한 구획이 설정되어있지 않다. 의사는 수술을, 간호사는 각종 처치를, 공무원은 복지 시스템 내에서 암 환자가 누려야할 혜택의 필요 서류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간호사가 보호자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의사가 건강 관리에 직접 개입하기도 하며 명확한 진단을 통해 산정특례를 위한 서류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보호자는 자잘하게는 찜질팩의 얼음을 채워넣는 일부터 병원비 수납까지 번거로운 절차들을 처리함과 동시에 병실 내 불편사항에 대해 컴플레인을 하며 간호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또, 가정으로 돌아온 환자에게 제공되는 돌봄은 가족(또는 가족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도맡게 되며, 이 때 수반되는 의료적 처치들은 의사의 지시 하에 가족이 수행하게 된다. 그러니까 암과 연루된 주체/객체들이 각자의 주요 역할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종횡무진 얽혀있는 셈이다.

그런데 1인 가구의 경우, 이 네트워크를 조율하기도 어렵거니와 네트워크 자체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도 힘들 수 있다. 투병 역시도 결국은 수많은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관계맺기를 1인 가구가 해낸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보호자가 있는 2인 이상으로 이루어진 가구보다 훨씬 고단할 수 있고 이미 충분히 고단한 몸을 가진 사람이 이 지난한 과정을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느냐하면 의문인 것이다.

물론 한국의 의료보험체계나 시스템은 비교적 간단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각자의 사정을 모두 고려하지 못한다. 그러면 혼자 살면서 아픈 여자들은 어떻게 스스로의 몸을 돌볼 수 있을까? 래디컬 헬프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까싶어 읽기 시작했다. 









사직공원에 앉아 사과후무스샌드위치를 먹었다. 귀퉁이가 듬성듬성 잘려나간 나무에 주홍빛 노을이 물드는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가 약간의 쓸쓸함과 허기짐을 느꼈다.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고 보니 고작 10분이 지났을 뿐이었는데 금세 사위가 어두워졌다. 나는 여전히 10분 전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서둘러 먼저 간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서예교실에 친구(파랑쓰)가 왔다! 2시간 정도를 묵묵히 글씨만 쓸 뿐인데도 곁에 친구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넘 즐겁고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팔이 계속 저리고 붓을 쥔 손에 힘이 안 들어가서 오히려 몸통 쪽이 바짝 긴장했는데 그러다보니 자세가 무너졌다. 선생님께서 자세가 비뚤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근래 균형이 깨진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던 터라 좀 더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처는 잘 아물고 있다. 내가 암 환자가 되었고 수술까지 마쳤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 길을 걷다 목에 두른 스카프에서 후끈함이 올라올 때, 생각없이 큰 소리로 웃다가 목이 욱신댈 때 그럴 때 잠깐씩 내가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자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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